글을 적게 된 이유
일기장에나 적어둘 것 같은 이 글을, 2024년의 마지막 날에 작성하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벌써 1년동안 뭘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지금 적어두지 않으면 전부 잊고 나서 나중에 1년을 낭비했다고 후회할 것이다.
2. 1년 동안 잘못한 것은 스스로 반성하고 잘한 것은 칭찬하자.
3. 블로그를 꾸준히 쓰는 습관을 들여보고 싶은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가 이것뿐이다.
그래서 비루한 글 솜씨에도 불구하고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나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비웃으며 힘든 마음을 털어버리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2024 프론트엔드 취업"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며 여러 블로그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으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이 프론트엔드 개발자(지망생)는 대체 1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요?
1 ~ 2월: 일단 자격증부터 따고 보자
작년 12월, 저는 험난한 막학기 22학점을 거치고 드디어 필수 이수 학점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영어 성적이 없었기 때문에 졸업을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같은 상황의 동기와 손잡고 사이좋게 토익 스피킹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동시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코딩테스트를 대비한 알고리즘 문제들도 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처리기사 준비는 그 유명한 시나공의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하나씩을 사서 꾸준히 풀었습니다. 코딩테스트는 기본 개념도 자리잡히지 않아서, 인프런에서 개념 강의를 찾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인 프론트엔드 개발자 준비를 위해 현업자 밋업을 기웃거렸는데, 소플님의 프론트엔드 밋업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순서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쓰신 개발 책도 증정해주셔서 돈없는 취준생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짱짱🙌 ). 이때의 좋은 기억으로 이후에 열린 개발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 ~ 5월: 이렇게 자소서를 많이 쓰는데 취업이 안된다고?
첫 취업 시즌의 3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을 가고 싶은지, 어떤 분야를 가고 싶은지조차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무작정 다 써보자, 라는 마인드로 자소서를 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업 플랫폼은 대기업 ~ 중견기업 공고가 주로 올라오는 자소설닷컴을 이용했습니다. 지원한 기업은 공기업,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전공자 우대', 'IT 분야' 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 즉시 자소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하루에 6개의 자소서를 작성한 적도 있었고, 생일에도 저녁을 먹고 돌아와 다시 자소서를 작성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작성한 자소서는 29개. 그 중에서 서류를 합격한 것은 9개. 그 안에서 면접까지 간 것은, 0개.
어디에서 막혀버린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전부 코딩테스트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겨울부터 문제를 풀었지만, 설렁설렁 풀어왔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쪽 머리가 없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사실 2개 다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기업 필기 시험도 몇 번 보았지만 전부 떨어졌습니다.
서류에서도 우수수 떨어지는데 간신히 붙은 몇개는 모두 코딩 테스트, 혹은 필기 시험에서 탈락이라니. 어디 가서 전공자라고 말하기 창피하고 갈수록 자신감이 낮아지는 우울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나마 좌절하여 방에 틀어박히고 은둔청년으로 전직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목표(취업 혹은 시험)를 향해 달려가는 좋은 주변 사람들이 있었고, 돈없는 취준생에게 무료로 장소를 대여해준 "취준컴퍼니" 프로그램이 있었고, 운동을 조금씩 꾸준히 해왔던 습관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밖에 나갈 이유를 만들기 위해 정말 여러 자잘한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앞서 말한 취준 컴퍼니, 항해 99의 코테 스터디, 삼성생명에서 진행한 삼성금융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카페 아르바이트, 오전 기상 스터디 등등 ...
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소서를 그렇게 많이 쓴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이런 자잘한 활동들을 하지 않고 취업 준비만 바짝 했더라면 진즉에 어디든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그때 당시의 힘듦으로 시야가 좁아졌던 상황에서는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증거같았고, 그런 것들이 절실했습니다.
6월 ~ 9월: 인생 첫 앱 런칭, 첫 부트캠프
6월에는 긍정적인 소식이 2개나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는 앱 런칭 및 운영을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기술 스택을 착착 쌓아 만능이 된 개발자 친구를 따라 Epson에서 주최한 개발 공모전에 참여해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앱을 Flutter로 개발했고,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2인 팀 중에서는 유일한 본선 진출 팀이었습니다 😚)
비록 상은 타지 못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수한 재심사 끝에 iOS 앱스토어에 인생 첫 앱을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익명의 사람이 있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많이 부족했던 저와 함께 해준 열정적인 그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과 감사함을 보냅니다.
두 번째는 LG U+와 멀티캠퍼스가 진행하는 유레카 SW 교육 프론트엔드 1기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도 유명한 부트캠프들을 지원했지만 그놈의 코딩 테스트에서 와르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저를 받아주고, 심지어 채용 혜택도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면으로 프론트엔드 전용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유레카 부트캠프는 정말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만 모인 곳 같았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1시간 반을 넘게 지옥철을 타고 오는 사람들, 9시부터 6시까지의 교육을 모두 그날 기록하고 정리하는 사람들, 교육을 마치고도 저녁 10시까지 공부하고 가는 사람들 등... 세상은 넓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많다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또한 수업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비록 프론트엔드 전문 교육이라기엔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Java와 객체지향에 대해 제대로 다시 한번 짚어보고, Spring Boot를 배우고 적용하며 그토록 궁금했던 백엔드 개발에 대한 기초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또 좋았던 점은 사람들과 자율적으로 모여 했던 스터디였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주제로 발표도 해보고, 리액트 공식 문서도 공부해보고, 코테 문제도 같이 풀어보고, 매주마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주어지는 미니 프로젝트도 해보고, 코드리뷰도 해보고, ... 그렇게 저는 스터디 매우 좋아 인간이 되어 한번에 3개의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같이 교육 받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곳을 관리하고 알뜰살뜰 챙겨주시던 매니저님들과, 교육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멘토링을 해주셨던 LG U+ 현직자 멘토님도 너무 좋고 감사했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올해 분수에 넘치도록 많이 만났습니다.
10월 ~ 12월: 그저 프로젝트, 프로젝트, ... 프로젝트!
9월부터 다시 채용 공고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무작정 난사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그 절반도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프로젝트를 하느라 정말, 정말 바빴습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그게 끝나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연속이었습니다. 1일 N커밋을 찍고 PR을 날리고 남의 코드에 따봉과 LGTM을 날리는 나날이 반복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모든 팀 프로젝트에서 좋은 팀원들만을 만났습니다. 다들 열정적이었고, 프로젝트에 책임감이 넘쳤고, 저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역시나 저만 잘하면 되는 상황에서 1인분 이상을 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노력 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작 useEffect와 useState 밖에 모르는데 심지어 그 두 개도 헷갈리는 상태의(not state) 인간에서 출발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며 CSS 컴포넌트 커스텀도 해보고, props drilling도 겪어보며 머리 싸매보고,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도 써보고, Storybook을 사용한 공통 컴포넌트의 장점도 알게 되고, 네이버 지도 API도 써보고, QA 및 유저 테스트도 진행하고, ... 구구절절 적기에 구차할 정도로 넓고 얕게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Jira로 관리하며 MVP를 빠르게 개발해 사용자를 모아 에자일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여러 컨벤션을 지켜 가며 개발했던 것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나는 현업 개발자다 라고 최면을 걸며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한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냥 기능이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에서 깨어나 코드를 어떻게 짜야 효율적일까, 어떻게 해야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럼 이제 모든 프로젝트가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기존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또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거죠.
정말 감사하게도 DND 12기에 프론트엔드 개발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최소 8주 동안은 열심히 새로운 프로젝트 안에서 구르면서 달릴 것 같습니다.
2024년 요약 및 2025년 다짐
회고가 구구절절 길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뽑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잘한 점 : 은둔청년이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한 것,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배우려 한 것, 작년보다 개발 실력이 나아진 것
- 아쉬운 점 : 아직도 코테를 못하는 것, 앞서나가는 팀원이 되지 못한 것, 단기간에 여러 기술을 익히느라 기본기를 제대로 쌓지 않은 것,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정작 취준은 뒤로한 것
이렇게 적어보니 계속 유지해야 할 장점과 보완해야 할 단점이 명확하게 잘 보입니다. 2025년의 제가 해야 할 일들도 회고록을 적으니 계속 생겨났습니다. 2024년을 돌아보는 것은 이정도로 끝내고, 곧 올 2025년의 다짐을 적어보겠습니다.
1. 뭘 하더라도 1순위는 취업이다. 지금처럼 열심히 살더라도, 곁다리로 빠지지 말자.
2. 무분별 자소서 난사 X, 프론트엔드 직무를 뽑는 회사 위주로 지원하자.
3. 1일 최소 1코테는 진짜 필수다.
4.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기를 잘 쌓자. 알게 된 건 블로그로 잘 정리해두자.
5.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원이 되자.
저걸 모두 지킬 수 있을지는 잘 몰라도, 일단 기대와 희망을 가지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한 해를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습니다. 무수한 탈락과 실패를 딛고 희미한 성공의 가능성을 믿으며 다시 열심히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컬럼의 한 부분을 적어보며 2024년 회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한 해 가장 여러번 읽었던 컬럼의 한 부분입니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의 학점이 개판이었대도, 내일 보기로 한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 번을 실망한대도.
- 실패에 우아할 것, 허지원 심리학과 조교수
+ 전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210
실패에 우아할 것. - 정신의학신문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인간의 정보처리에 대해 강의할 때면 시스템에 주요한 손상 있거나 적합하지 않은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는 경우, 전체 시스템이 파국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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